끄적이기

생각 한 바닥.. (고등학교 독후감)

한번쯤은 2008. 3. 18. 12:43

정리를 하다가, 문득 학창시절 노트를 발견한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이내 그 시절 그리워 한 장 두 장 넘겨본다. 정돈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빼곡히 적은 공책. 그 사이에 대충 갈겨쓴듯한 글 한 바닥.(바닥이란 말은 군대에서 처음 들었다. 종이의 한 면을 일컫는 '쪽'이라는 말과 같다.)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전문을 옮겨본다.

초침이 잰걸음으로 달린다. 오늘도 무의미하게...분침은 잊기라도 한듯이 아직도 제자리에... 나는 눈을 감고 밀어올린다. 힘차게. 아주 힘차게. 딱딱하게 굳은 나의 가슴을, 나의 머리를, 오늘은 책이 흔들어 깨운다.
나는 책을 펴들면 우선 빠르게 끝까지 본다. 그러곤 장수를 셈하여 본다. 다섯 장. 무난한 장수다. 나는 차분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산꽃', 진달래는 산꽃이라 한다. 그래서 산에서만 살게되어 있단다. 인간도 꼭 닮았다. 비록 생전에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서 있을지라도 죽어서 만큼은, 주인공 그의 아버지처럼 포근한 흙으로 돌아간다. 박 기사는 옛 선조들의 장인정신을 떠올리게 할만큼, 다른 묘지 관계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소신껏 일을 하며 결코 큰 돈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산꽃과 같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박기사와 같이 얼굴의 허물이 벗겨지고 손등에 숱한 상처 자국이 생기도록 나의 일을 하고 싶다. 아니, 해야겠다.
우리 모두 따뜻한 종이의 글귀들을 마음속에 새겨 자신의 청사진을 그려보는건 어떨까?

지금보면 조금은 억지스럽고 깔끔하지 못한 표현들이지만, 그래도 그 시절 그런 생각으로 그런 느낌으로 살았다는 생각으로 몇 글자 옮겨 적어 보았다.
그 때는 왜 그리도 생각이 많았던지.. 자율학습 시간이면, 멍하니 딴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책을 한 권 읽어도 읽고난 뒤 감상하는 시간이 왜 그리도 길던지... 그러고보면 요즘엔 그냥 무작정 책을 읽고, 다 읽으면 덮고선 또 다른 책을 읽는 짓을 많이 한 것 같다. 단순한 재미와 지적 욕구 충족에 그치지 않고, 생각하며 얻어가는 독서를 해야될듯 싶다.
오늘은 그런 책 한 권 읽어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