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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그만봐' 꾸지람에 초등생 목매

한번쯤은 2007. 1. 23. 19:14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텔레비전을 그만 보고 공부해라"는 부모의 꾸지람을 들은 초등학생이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23일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노원구 H아파트 1층 방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A(13)군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군 어머니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30)은 "현장에 도착해 보니 어머니가 아들을 업고 거실에 나와 있었지만 이미 심장박동이 정지해 있었고 시반도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A군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들이 드라마 '주몽' 을 좋아했는데 텔레비전을 그만 보고 공부를 하라고 했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며 "방안이 조용해 아무 일도 없는 줄로만 알았다"고 진술했다.

A군의 삼촌(42)은 "평소 너무 밝고 명랑해 '방방 뜨는' 스타일인 아이여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혹시 최근 일어난 유명 가수의 자살을 장난 삼아 흉내내다 그런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군 담임 교사(43.여)도 "성적도 상위권에 들고 1학기 때는 부회장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성격도 쾌활해 아이들 사이에서 '게다리춤'으로 인기도 많았던 아이인데 나중에 반 친구들에게 어떻게 이 일을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슬퍼했다.

경찰은 A군 방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족의 진술 등으로 미뤄 A군이 꾸지람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