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글

디지털 치매가 뭐지??

한번쯤은 2007. 3. 20. 19:16
 

디지털 치매란 컴퓨터나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다 보니까, 전에는 기억이 잘 나던 정보 즉 친구나 가족의 전화번호 등이 기억 나지 않는 현상이다. 이 증상이 심하면 자기 집 전화번호까지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디지털 치매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매의 자세한 증상을 살펴보면, 금방 들은 이야기도 잘 기억이 안 나고, 뻔히 알던 내용인데 막상 말하려니 긴가민가해진다. 즐겨 보던 연속극의 배우 이름이나 몇 달 전에

본 영화 제목도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줄줄 외우던 가족들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도

생각나지 않는다. 쉬운 암산도 자신이 없어져 매번 계산기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어떤 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판단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니 우물쭈물 이야기를

하게 된다.


혹시 나도 디지탈 치매?


여기까지 읽으면서 ‘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을 위해서

일본 고노 임상의학연구소에서 제시한 디지털 치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항목을

적어보겠다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회사 관련 번호와 집 전화뿐이다.
(직장 동료 아닌) 친구와의 대화 중 80%는 이메일로 한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신용카드 계산서에 서명할 때 외에는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은 전에 만났던 사람이었던 적이 있다.
“왜 같은 얘기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뒤 지도를 보지 않는다.


위의 항목 중에 절반 이상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당신도 디지털 치매라고 할 수 있다.


치매가 아닌 디지털 치매

그렇다면, 요즘 이렇게 디지털 치매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디지털 치매는 기억해야 할 것이 하도 많아져서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일 뿐 실제로 치매와 같은 의학적인 질병은 아니다.

즉, 실제 치매처럼 기억력이나 지능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 전에 익숙했던 정보들이 뒷전으로 밀려나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컴퓨터에 의존하다 보면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저하되는 경향도 있다. 뇌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기 때문이다. 생물 시간에 배웠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처럼 뭐든지 자주 쓰면 발달하고 안 쓰면 녹슬게 마련이다.


기억 용량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양동이에 물이 넘치면 흘러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화번호도 몇 개 정도야 늘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어떻게 외우고 다니겠는가. 또 그런 것까지 다 기억하려면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냥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에 맡겨 두는 편이 낫다. 대신 뇌의 기억창고에는 내가 꼭 하고 싶은 일 같은 중요한 정보를 잘 저장하면 된다.
누구나 중요한 정보만을 잘 기억하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익숙했던 정보들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당황되고, 왠지 자기 자신이 모자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고 중요한 것을 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우선 기억할 것과 버릴 것을 빨리 구별해야 한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으면 곧바로 뇌에 저장하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뇌에 못 들어오게 차단한다. 모든 정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현대에는 정보는 차고 넘친다. 이 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고 버려야 할 정보가 무엇인지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정보를 선별한 후에 자신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라면 기억술을 활용하여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때 오감을 동원해서 온몸으로 기억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훨씬 더 쉽게 그리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오감을 동원해서 기억하려면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서 입과 귀를 활용하고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메모함으로써 눈과 손으로도 기억한다. 학창 시절에 영어 단어를 외울 때를 기억해보면 된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단어를 기억하는 방법은 단어를 입으로 읽으면서 눈으로 보고 연습장에 적는 것이었다. 이렇게 오감을 활용하면 그냥 눈으로만 외우거나 귀로만 외울 때에 비해서 훨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셋째, 정보를 기억할 때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서가 불안하고 우울할 때는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므로 기억이 나빠진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가득하니 새로운 정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정보를 기억해야 할 때에는 되도록 조용한 장소에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 정보를 기억하자.


그러나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그 용량에도 한계가 있으며, 또 쉽게 왜곡될 수 있다.

그래서 더 확실한 방법은 늘 메모하는 것이다. 메모지를 옆에 두고 늘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러면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정보가 기억이 안 나서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그 정보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전에 정보를 기억하기를 강요받는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가 자신의

삶에서 과연 다 필요한가?

인간의 정보처리 용량은 한계가 있지만, 기계의 정보처리 능력은 한계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이 기계의 정보처리 용량을 따라가려고 한다면 그건 무모한 짓일 뿐이다.


단순하게 살자. 꼭 필요한 것만 기억하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필요한 일만 하면서

단순하게 사는 것이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www.paik.co.kr),

출처 : 365홈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