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

대한민국 의료선진화를 바라며..

한번쯤은 2007. 3. 19. 17:43
요새 정말 몸이 말이 아니다.
충치로 치통을 겪는가 하면, 비염으로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콧물이 자꾸 흘러 내린다.
예방이 최선이라지만 이미 병이 걸렸으니 치료를 하루 빨리 하는게 상책인데, 지난 주말쯤부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이번주가 되어서야 병원을 방문했다.
우선 치과에 가서 이가 썩어서 치통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입 안을 보여드렸다. 살펴보시고는 이가 썩었다고 하신다. 그리고 딴 데 또 썩은 곳이 있는가 보셨는데, 이게 왠 일?! 내 썩은 이는 7개나 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래도 나름 이 관리는 해서 지금까지 치료한 치아 한 개만이 있고, 썩은 치아는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고등학생 시절에 검사에서 말해줬는데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방학 들어서 낮 밤이 바뀌고 밥을 제 때 안 먹고 군것질을 하면서 양치를 잘 안한 기억이 났다. 제길 ㅠㅠ
우선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치아 틈이 아프다고 말씀 드렸기에 그러는건지, 으레 검사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것도 잘 안찍혀서 두 번을 찍었다.
엑스레이를 찍고는 이를 갈기 시작했다. 갈고 확인하고, 갈고 확인하고 많이도 갈았다. 그리고 충전재는 무얼 할건지 물어봤는데, 어금니고 안쪽이라 아말감으로 해달라고 했다. 아말감으로 때울 때 자꾸 아말감 덩어리를 혀에 빠뜨리고 조각들이 많이 나와서 혀에 있다가 침 삼키다가 몇개 넘어갔다ㅠㅠ 싼게 비지떡이지..
나머지 썩은 이 5개를 치료하기 위해서 앞으로 사흘간 더 나오라고 했다- _-;; 진작에 양치 잘 할걸~
치과 진료를 마치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나섰다. 미리 인터넷 검색신공으로 근처 이비인후과를 알아봤던터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으나, 밖에서 보니 간판도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그래서 그 이비인후과 말고 근처의 다른 이비인후과로 갔다. 우선 빌딩은 그래도 좀 최근껄로 보여서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건 뭐 갑자기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이끼가 잔뜩 낀 수조가 중앙에 어설프게 자리잡고, 군데군데 큼직한 화분들이 몇 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왼쪽으로 돌자, 정말 내 유년기의 기억속에 어렴풋이 자리한 소아과 접수대의 모습, 딱 거기까지였다. 지난번에 갔었던 허름한 이비인후과랑 어쩜 그렇게 닮았을까. 역시나 간호사는 미모의 젊은 여간호사.....가 아닌 나이 지긋한 중년 아니면 노년 되어보이시는 아줌마 간호사. 의료보험증을 내밀자, 앞에 있는 컴퓨터로 전산처리를 하는게 아니고 무작정 나를 진찰실로 들여보냈다. 진찰실 분위기는 가끔 티비로 본 적이 있는 정말 휑한 분위기의 중국식 병원의 느낌이랄까. 의사는 역시나 볼 것도 없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
요즘은 보통 내시경 같은 기구를 이용하여 코 속을 카메라로 보면서 하는데, 거기서는 일종의 현미경 같은 기구를 이용했다- _- 스위치를 올리자 초등학생 시절 사용했던 OHP 프로젝터와 같이 생긴 기구의 전등이 들어오고, 그 전등의 열일 식히기 위한 팬도 돌아갔다. 그러고는 집게로 콧구멍을 찢을 기세로 - _- 벌리고는 코 안을 그 현미경 같이 생긴걸로 살펴보고는 코 안에 연고를 발랐다. 그러고는 한 때 휴대용 비데라고 티비에서 나온 것 같은 것을 이용해 콧 속에 무언가를 뿌렸다. 코가 좀 얼얼했다. 아무 말없이 그렇게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고, 콧 속의 혈관이 확장됐다나 그렇다더라. (말도 작게 얼버무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엔 간호사가 적외선 치료기를 쬐게 해주고는 끝이었다. 약도 3일분을 준다길래 하루 분만 달라고 했더니, 하루로는 낫지 않는다며 3일분을 먹게 하였고, 주말에도 또 오란다. 그리고 내 진찰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전화를 받고서 얘기 만 할뿐 다 끝났다거나 좀 기다리라거나 말이 없었다. 진찰 마치고 밖에 나가니 간호사가 오늘 진료비는 7200원인데, 주말에 오면 3000원만 받겠다고 한다. 이거 뭐 장사도 아니고..- _-
처방전을 들고 나서는데, 처방전도 역시나 손으로 한자 한자 적은 처방전. 그야말로 초안습으로 눈물을 찔끔하면서 병원을 나섰다.
역시 이비인후과, 치과 등은 좀 유명한데로 가야될 듯 싶다. 환자도 적고 오래된 병원은 그다지 심한 병이 아니어도, 약을 먹게하고 또한 재진은 거의 필수인것 같다. 그리고 의료기기도 오래되어서 양질의 치료를 받기 힘들며, 의료기기의 관리 또한 미흡하다.
정말 돌아다니다 보면 병원이 많이 눈에 띄는데, 병원이 여러곳 있어서 급할 때 빨리 찾아갈 수 있으면 좋긴 하지만, 병원이 재정적으로 힘든 곳은 몇 곳씩 묶여 통.폐합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사실 내가 갔던 곳도 다른 이비인후과랑 도보로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