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하다가, 문득 학창시절 노트를 발견한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이내 그 시절 그리워 한 장 두 장 넘겨본다. 정돈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빼곡히 적은 공책. 그 사이에 대충 갈겨쓴듯한 글 한 바닥.(바닥이란 말은 군대에서 처음 들었다. 종이의 한 면을 일컫는 '쪽'이라는 말과 같다.)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전문을 옮겨본다. 초침이 잰걸음으로 달린다. 오늘도 무의미하게...분침은 잊기라도 한듯이 아직도 제자리에... 나는 눈을 감고 밀어올린다. 힘차게. 아주 힘차게. 딱딱하게 굳은 나의 가슴을, 나의 머리를, 오늘은 책이 흔들어 깨운다. 나는 책을 펴들면 우선 빠르게 끝까지 본다. 그러곤 장수를 셈하여 본다. 다섯 장. 무난한 장수다. 나는 차분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